기고 · 컬럼

<신성고> 활짝 핀 동백과 제주 4.3 사건

때마침 개화하는 동백꽃과 그 속에 담긴 숭고한 희생
꽃의 상징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참고자료

(HAXIM,신성고등학교 인터넷 신문) 김주황 학생기자 =  

어제(3일)의 하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모바일 앱의 배너를 보고 시작되었다. 배너의 내용은 4.3 희생자 추념일. 제주 4.3사건으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이지만 아직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유는 비교적 최근에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 되었고, 4.3항쟁이라고도 불리는 제주 4.3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타 항쟁, 민주화 운동에 비해 최근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제주 4.3사건

 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사건이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제주 4.3사건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관심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따라 다루는 정도가 상이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역사 교과 수업 시간에 제주 4.3사건에 대해 배우고 있다. 또 「4.3 특별법」과 정부 차원의 진상 보고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계기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조성된 제주 4.3 평화공원은 학교 차원에서 많은 고등학생들이 방문하고 있는 만큼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였다. 실제 신성고등학교 현 3학년 학생들도 작년(2019년) 수학여행에서 제주 4.3 평화공원에 방문하여 전시관을 견학하고, 4.3 평화비와 4.3 평화 묘역을 둘러보는 등 현장에서 직접 제주 4.3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 제주 4.3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고등학생이라면 시간을 내어 찾아볼 가치가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자가 많은 사건이자, 잔혹했던 민간인 학살이기에 역사 학습의 의의를 되새기며 꼭 기억해야 한다.

 

▲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장미동백)  (사진: 김주황 학생기자) 

 

 

 

 

때맞춰 활짝 열리는 동백꽃

 동백꽃이 제주 4.3사건의 피해자들을 가장 먼저 기억해 주는 것일까, 시의적절하게도 4.3 희생자 추념일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활짝 개화한 동백꽃을 볼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 꽃이 동백꽃인지 장미꽃인지 관심이 없었을 테지만, 하루를 모바일 앱에 뜬 붉은 동백꽃과 그 옆의 문구 '4.3 희생자 추념일'로 시작한 탓이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한 그루의 동백 나무만 덩그러니 심어져 있었고, 날씨가 좋아 목련과 벚꽃을 찍으려고 갖고 나온 카메라 가방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하여 이 꽃이 동백꽃인 것을 알게 되었고, 4.3 희생자 추념일에 나에게 다가온 이 꽃 한 송이에 알 수 없는 신비감을 느꼈다. 

 

▲ 우연히 카메라에 담은 동백꽃(장미동백)  (사진: 김주황 학생기자) 

 

 

동백꽃에 대한 여러 추측

 그렇다면 왜 제주 4.3사건의 상징이 동백꽃인 것일까? 사실 먼저 추측해 볼 수 있는 의미는 피 즉, 희생이다. 워낙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 4.3사건이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피를 붉은 꽃으로 상징한다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추측으로는, 당시 사회주의 사상범으로 몰렸던 제주도민들을 사회주의 성향의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비하하는 말인 '빨갱이'라고 지칭하던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는 되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의미의 동백꽃과는 반대이다. 

 

 

알고 보면 슬픈 의미, 동백꽃

 동백꽃에 담긴 제주 4.3의 의미는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다." 라고 한다.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희생'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알레고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동백꽃이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등장하게 된 계기를 찾아보았다.

 

 

 

동백꽃으로 알린 제주 4.3, 

예술로 제주 4.3을 기억하는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강요배 화백
ⓒ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동백꽃이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등장한 시발점은 강요배 화백이 발표한 제주 4.3 연작 <동백꽃 지다>이다. 강요배 화백은 1989년부터 3년 동안 제주 4.3을 다룬 회화 50점을 그렸고, 1992년 전시회 '동백꽃 지다'를 열었다. '동백꽃 지다'는 제주 4.3사건과 항쟁을 그린 작품집으로 제주도민들의 투쟁과 희생, 잔혹했던 민간인 학살을 다루었다. 강요배 화백의 이런 활동은 제주 4.3사건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제주 4.3사건을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렇게 강요백 화백의 작품 활동을 계기로 동백꽃이 제주 4.3사건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그림 속 꺼져가는 동백꽃을 보면 왜 동백꽃이 제주 4.3사건의 상징이 되었는지 납득이 된다.

 

 

 동백꽃 지다, 1991,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6×162.1cm 

 

 

 

꽃말에서 얻는 작은 위로의 메시지

꽃은 기쁨을 축하해 주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동백꽃의 대표적인 꽃말은 '기다림'이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만이 이 꽃의 전부가 아니다. 한 그루 꼿꼿이 서있는 이 동백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요즈음, 우리에게 차분히 기다리라는 위로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동백꽃(장미동백), '기다림''  (사진: 김주황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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