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삼계고] <서평> 샤넬, 미술관에 가다

미술 작품속에서 패션을 보다

참고자료

 패션 스타일의 유행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왜 변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는  유행이 계속해서 변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또 많은 미술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패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저자 '김홍기'씨는 국내 패션 큐레이터 1호로 불리고 있으며, 미술과 인문학, 패션을 결합한 독창적인 저술과 전시 기획, 강의를 왕성하게 이끌고 있다. 

 

 책에서는 패션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중세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현대미술의 작품들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을 많이 다루었다. 

 

책에서 다룬 많은 명화들 중에서 대표로 세 가지 명화와 함께 명화 속 패션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 

 

◆ 패션의 삶은 모든 곳에

 첫 번째 명화는 <코코 샤넬의 초상>이다. 이 그림 속에는 거리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패션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진 '코코 샤넬'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청회색과 옅은 초록색 벽면을 배경으로 표현했다. 한쪽 어깨를 관능적으로 드러내며, 청색과 검은색의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느긋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의 자세는 매우 인상깊다. 그림 속에서, 코르셋을 벗어버린 샤넬의 모습은 무척 자유롭고 부드러워 보인다. 샤넬의 드레스가 토해내는 신비한 몽환의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수면 아래로 침잠하는 듯이 사색에 빠진 그녀의 모습에서 여인의 고결한 자존심이 느꼈다. 

 

태평양을 건너간 중국의 매력

 두 번째 명화는 <퐁파두르 부인>이다. 이 그림에는 중국풍의 패턴과 텍스타일이 나타나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부인으로,  로코코 세대의 취향과 스타일을 논하려면 반드시 거론해야 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당시 그녀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쿠르트잔(고급 매춘부)'였다. 그녀는 당대의 패션리더이자, 화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후원자였다. 그림 속에서 퐁파두르 부인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패턴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후 중국풍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유럽에서도 자체생산을 하게 된다. 로코코 시대의 섬세하고 환성적인 여성미의 바탕에는 '동양'이라는 타자에 반응하는 서양의 방식이 숨어 있었다.

 

백색의 순수를 가장한 팜파탈

 마지막 명화는 <카롤린 리비에르 양>이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경계에 있는 화가라고 평을 받았던 '앵그리'의 작품이다. 그림 속 '카롤린 리비에르'는 고결한 미감이 가득 배어있는 백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백색은 가장 순수한 색으로, 대체로 아동기의 순수함과 연결되는 색이다. 19세기 대부분 어린 소녀들은 백색 드레스와 백색 모자를 쓰고 다녔다. 화가는 곧 사라질 것 같은 순수의 시절을 포착하려는 듯, 복식을 통해 모델의 감성이 묻어나도록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작품이 전시될 당시(1806년)는 다소 모순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뱀을 닮은 듯한 카롤린의 두상 형태, 비스듬히 뜬 눈망울, 정돈된 느낌의 미소가, 그림을 감상하는 이를 당혹하게 하는 반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감싸는 백색의 섬세함은  보는 이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각 시대별 화가들은 옷이라는 은유를 통해, 당대의 이상적인 신체의 미와 미적 기준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옷의 관점에서 삶의 다양한 면모를 설명하고자 했다. 미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옷의 색감, 주름, 패턴, 배경의 색 등을 살피는 일은 곧 인간의 시각적 얼개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연출할지를 고민하며 옷을 입을 때 '패션'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즉, 옷은 시대를 기록하는 화가의 붓과 같다.

 

 '패션은 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꾸미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패션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심리, 예법, 사회적 지휘, 라이프 스타일 등을 모두 망라하는 기호이자 정신적 형상을 찍어내는 거푸집이다.' 이 책에 적혀있는 출판사 서평에 있던 말이다. 이 대목이 우리가 지칭하는 '패션'의 범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패션의 범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명화들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패션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