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피폐해져 가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필자라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이기적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의 파도에 휩쓸릴 것 같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친일로 삶의 방향을 틀지도 모른다.
이렇듯, 자기 앞에 놓인 쉽고 환한 길을 포기한다는 것은 웬만한 용기와 결심으로는 하기 힘든 선택이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 행동이라는 실탄에 올라타 이토의 심장에 파고 들어간 안중근에 대한 소설 「하얼빈(작가. 김훈)」이 올 8월에 출판되었다.
일제 강점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안중근은 이토히로부미가 하얼빈으로 온다는 기사를 접한다. 그 기사를 본 안중근은, 벼락치듯 이토를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행동에 나선다. 눈이 오는 철도의 먼 끝에서 오는 이토를 생각하며 일주일동안 치열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마침내 실행한다. 현장에서 잡힌 안중근은 검찰관 미조부치마카오의 긴 심문을 받으며, '동양평화론'을 작성한다. 그는 결국 교수형을 당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 밖에, 안중근의 신념과 목사 빌렘과의 이야기도 있다.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핵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있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결말을 잘 알지만, 그 안의 세세한 이야기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안중근의 신념과 행동에 대해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작가 김훈은 안중근이란 캐릭터의 감정변화보다, 이토의 사진을 본 뒤 정치적 신념을 굳게 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작가의 다른 책 「칼의 노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건조하면서도 매끈한 그의 문체력이 잘드러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안중근의 정치적 신념은 무엇일까?
동양평화? 이토의 죽음? 팔자의 생각엔, 안중근의 정치적 신념은 행동으로써 세상에 말을 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는 조선과 여러 조약을 맺으며 조선과 일본의 병합에 발판을 다졌고, 이를 일본에 의한 문명개화와 동양평화로 위장했다. 이토와 다른 동양평화를 꿈꾸었던 안중근은 실탄 일곱 발 중 세 발로 이토를 관통시킴으로,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나타냈다. 이후, 안중근은 심문받을 때도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 했다. 또 사형을 당함으로써 그의 신념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안중근 의사가 말할 수 없었던 그의 신념을 엿보고 싶다면, 「하얼빈」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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