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고> '사라진 스푼'을 읽고

참고자료

중학교때부터 내 방 벽에는 원소 주기율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화학시간에 배우면서 외워야 하는 것이라서 붙여놓았다. 나는 그저 외워야 하는 딱딱한 원소들에 대한 수많은 흥미로운 얘기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책 제목 ‘사라진 스푼’은 상온에서 고체인 갈륨의 얘기에서 나왔다. 즉 갈륨은 29.8도씨에서 녹기 때문에 그것을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녹아서 수은처럼 변한다. 갈륨은 액체상태에서 만져도 뼛속까지 살이 타지 않는 희귀한 금속물질이다. 갈륨으로 숟가락을 만들어 뜨거운 차와 함께 손님에게 내놓고, 손님이 찻잔에 담근 찻숟가락이 사라지는 걸 보고 즐긴다.

 

이밖에도 재미있는 얘기는 많다. 프리츠 하버는 질소로 인공 비료를 만들어 수백 만명을 구했지만 브롬(브로민)과 염소를 이용한 독가스를 개발해 수십 만 명을 살상하게 하는 이중적인 얼굴을 지닌 사람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는 달콤하지만 독성을 지닌 베릴륨 가루를 실험 도중 너무 많이 들이마셔 53세 때에 폐가 찢어졌다고 한다. 뛰어난 여성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의 경우는 핵분열 반응을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였지만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빌헬름 뢴트겐은 손바닥 속의 뼈가 보이는 X선을 발견한 후 자신이 미쳤을지도 모른다며 오랫동안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샘 킨의 원소 이야기들은 주기율표가 지루한 과학 교과서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인 주기율표는 고등학교 교실 벽에나 붙어 있는 도표가 아니다. 충분히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누구나 주기율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매일 매일 먹고 숨 쉰다. 철학자들은 주기율표를 사용해 과학의 의미를 찾는다. 주기율표는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전쟁을 낳는다. 맨 위 왼쪽 끝에 있는 수소와 아래쪽에 있는 인공 원소들 사이에서 여러분은 거품과 폭탄, 돈, 연금술, 정치, 역사, 독, 범죄,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심지어 약간의 과학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주기율표를 다시 보았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얘기가 숨어있고 앞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얘기들이 나올까 궁금하다.